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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새가정 칼럼 주민교회 (juminch)
2016년 11월 21일 22시 26분 26초 532



 케터 콜비츠,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1942년, 석판화

그림 출처 : 케터 콜비츠 (카테리네 크라머 지음, 이순례/최영진 옮김, 실천문학사, 2009년)


 


강인한 얼굴, 굵은 팔뚝, 큼지막하고 묵직한 손을 지닌 연세 든 어머니가 어린아이들을 품으로 감싸고 있다. 뭔지 모르지만 심각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을 온 몸으로 끌어안고는 그 큰 눈에 더욱 힘을 주어서 혹시 모를 외부의 공격을 응시하고 있다. 품속의 아이 둘은 불안한 표정으로 어머니와 같은 방향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위험은 그쪽 어딘가에서 감지할 수 있는가 보다. 아이들은 불안과 근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표정이다. 반면 제일 어려보이는 오른쪽 아이는 다른 이들과는 반대쪽을 바라보면서 약간 웃고 있기까지 하다. 지금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한 상황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다. 그래서 긴장된 분위기임에도 보는 이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드는 아이다. 우리의 미래는 저 웃음 속에 달려있는 것 아닐까?

독일의 판화가 케터 콜비츠(1867~1945)는 전쟁의 참혹함과 그로 인한 고통의 민낯을 표현했다. 1차 세계대전은 인류의 전쟁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다. 전투기, 기관총, 탱크, 독가스 등 대량 살상무기가 처음으로 등장한 전쟁이었다. 유럽에서 1,800만 명이 희생되었고, 2천만 명이 부상당했다. 콜비츠가 힘겹게 그림을 그릴 때면 속삭이면서 용기를 주던 아들 페터는 1914년 1차 세계 대전에서 18살의 나이로 전사한다. 전사한 아들을 잊지 못해 나중에 손자에게 같은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손자 페터도 1942년 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에서 전사하고 만다. 본인이 직접 아이들을 잃는 어머니의 아픔을 경험했기에 그는 거대한 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뜨겁고 묵직하게 파나갔다. 콜비츠의 어머니에게서는 모든 여성의 로망인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찾을 수가 없다. 거기엔 여성이기 이전에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성이 자신에게 더 본질적인 것이라고 온몸으로 선언하는 오늘의 일부 세태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예쁘지는 않아도 고통과 삶의 본질에 더욱 진하게 다가가 있는 것 같다.

이 석판화는 그의 마지막 석판화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41년 일기에서 “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이제 이것은 나의 유언이다. 요즈음은 무척 우울하다. … . 이 요구는 ‘전쟁은 이제 그만!’에서처럼 막연한 소원이 아니라 명령이다. 요구다.”라고 적고 있다. (위 책 262쪽)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의 씨앗들인 우리 아이들이 전쟁이건 사고건 어떤 이유에서든지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려고 몸부림치는 분명한 이유다.
 
 
이훈삼목사<성남주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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