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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십자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카라바조(새가정 2015년 3월호) 주민교회 (juminch)
2016년 11월 21일 22시 33분 17초 545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롬 5:8)


 


 



카라바조, 그리스도의 매장, 300*203cm, 1604년, 바티칸 미술관

그림 출처 : 노성두, 천국을 훔친 화가들, 2001년, 사계절출판사


 


십자가에서 내려진 주님의 파리한 몸은 축 늘어졌고 눈은 이미 감겨 있다. 화가는 죽은 그리스도의 얼굴에 자화상을 새겨 넣었다. 못 자국 난 손등의 핏줄은 아직 십자가에 매달릴 때의 긴장과 고통으로 뚜렷하다. 화면 오른쪽 위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가 번쩍 든 손에서 시작하여 고개 숙인 막달라 마리아의 처진 어깨와 힘겹게 시신의 다리를 들고 있는 니고데모의 팔꿈치를 지난 빛은 주님의 시신을 감쌀 수의 끝에까지 대각선으로 다다른다. 시신의 상체를 떠받치고 있는 아리마대 요셉의 손은 주님의 창상에 닿아있어 부활하신 주님의 상처를 직접 보고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고 한 도마를 대조시키고 있다.






보통 성화에서 어머니 마리아는 젊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어떤 경우는 아들인 예수님보다도 더 젊게 그려지기도 한다. 분명 매력적이긴 하지만 리얼리티는 없다. 반면 카라바조는 어머니 마리아를 그저 늙은 여성으로 묘사했다. 주름진 이마로 팔을 벌린 채 자신보다 더 사랑한 아들의 싸늘한 주검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다. 입술은 열려있지만 무어라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탄식뿐, 그래서 더욱 슬프다.

카라바조의 등장인물들이 늘 그렇듯이 여기서도 옷차림이 모두 남루하다. 심지어 산헤드린 의원이었던 니고데모까지도 꾀죄죄하다. 카라바조는 정말 밑바닥 사람들을 사랑했나보다.



 




이 그림은 원래 치에사 누오바 교회의 예배소에 걸려있었다고 한다. 수사들은 그림의 돌 판을 관람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걸었다. 저 두툼한 돌 판은 주님이 잡히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살과 피를 나누었던 그 식탁이었을까? 아니면 그리스도의 시신을 수습하던 곳이었을까? 무엇이었던지 간에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앞으로 다가가던 관람자들은 45˚도로 튀어나온 것 같은 돌 모서리에 머리가 닿을 것 같아 흠칫 놀랐을 것이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에게 영원한 부딪힘이다. 주님은 이제 곧 오른쪽 셋째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는 깊음으로 내려가 차디차게 묻힐 것이다, 암흑만큼의 절망 속으로! 그리스도의 죽음과 땅속 어둠에로의 유폐(幽閉), 그로부터 바울의 웅변이 들린다 ;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8). ‘그리스도인’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이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 앞에 이렇게 고백할 수밖에 없다 ; “주님 십자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새로운 인간, 새로운 세상을 갈구하는 모든 사회운동과 기독교는 협력자로서 일정정도 같이 갈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둘이 명백하게 갈라지는 지점이 있다. 시민사회운동이 인간 자체가 고귀하다는 휴머니즘에 기초하고 있다면 기독교 운동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총에서 출발한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인간 대신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셨다는 것이 기독교 복음의 기초다. 인간이 소중한 것은 우리가 본래 그런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목숨을 바쳐 사랑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총이 약화되는 순간, 기독교 운동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차디찬 인간중심주의가 피어난다. 복음은 인간을 넘어 암흑의 무덤 속으로 들어간 그리스도의 은총 위에 서 있다.
 
이훈삼목사 <성남주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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