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CA
2015.05월호 상상으로만 가능해서 슬픈
사회

최호철,
이루지 못한
귀향,
세월호
1주기,
경향신문
2015.4.13.
1면,
만화가의 특권은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만화 안에서는 저렇게 쉽고 박진감 넘치게 실현되기에 보는 이들은 통쾌하다.
그래서 우린
가끔 만화에 빠져 들어간다.
아마도 영화나
컴퓨터 그래픽이 진행하는 놀라운 표현 방식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만화라는 장르가 끝까지 자기 영역을 지켜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상상을 거의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일 것이다.
1년 전
재기발랄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꿈과 사연을 지닌 삶들이 제주도로 향하다가 304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귀향길이
이렇게 멀 줄이야!
신문 세월호
1주기 특집 1면에 ‘이루지 못한
귀향’이라는 만화가
실렸다.
작가는 대부분
수학여행처럼 예정대로 금요일에 돌아왔다면 그 모습이 어땠을지 지극히 일상적인 상상을 그렸다.

하얀 벚꽃 만발하고 꽃잎 휘날리는
봄날.
인천항을
출발한 관광버스들이 운동장에 도착하고 학생들이 줄줄이 학교 언덕길을 내려온다.
이렇게 떠났던
모습 그대로 도착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교문 위에는 ‘환영 제주 수학여행
귀환’
이라는
현수막이 형식적으로 걸려있다.
교문 앞에서
학생들 귀가 지도하는 선생님도 이제 인사만 하고 빨리 집에 갈 생각으로 학생들과 건성건성 인사한다,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교문 옆
편의점에서는 남긴 돈으로 마지막 여행의 기분을 즐기고자 이것저것 사먹는 아이들로 붐비고,
또 일부는
언제나처럼 친절하게 교문 앞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는 학원 차를 타러 걸어간다.

저마다 수다 떨면서 캐리어 끌고
걸어가는 학생들,
복잡하고 바쁜
중에도 차 가지고 마중 나와서 왜 이리 안 나오고 있느냐고 기다리는 부모도 있고,
떠날 때
묶어두었던 애마 자전거를 다시 끌러서 타고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치기가 너무 아쉬워 그 기분을 담아 마지막으로 길거리에서 어깨동무하고 기념사진을 찍어대는 개구쟁이 고등학생들…!

집밖에 도착하니 반갑다고 베란다에서
손 흔드는 형 또는 어린 동생,
며칠 만에
뵙는 할머니 귀에 대고 ‘할머니 저 잘
다녀왔어요!’하고 소리치는 사내
학생,
오랜만에
맡아보는 주인 냄새에 펄쩍펄쩍 뛰는 강아지와의 반가운 해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온 아들이 반갑고 기뻐서 ‘아이구 내
새끼야!’하면서 끌어안기 위해 달려오는
엄마,
이번 여행을
통해 세상 달관한 듯 묵묵히 계단을 오르는 친구…!

이러한 장면을 창밖으로 보고 있던
어머니에게 문을 열고 들어와 포근하게 안기는 딸,
한손에는 아직
캐리어도 놓지 않은 채 엄마 품에 안겨서 아이처럼 눈을 감고 평안하게 엄마 머릿결 냄새를 맡는다.
그 외동딸을
엄마는 새삼스레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이때의
따뜻함을 딸은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특별히 액자 속에 담아둔다,
엄마 냄새가
멀리 도망가지 않도록 말이다.
아기 때
가족사진과 함께 이것 또한 딸에게 진한 향수가 될 것이었다.

책상 위는 지극히
평범하다.
그 나이 또래
여학생들의 일반적인 책상이다.
머리끈과 머리
빗,
문구류 담은
컵과 영어 수학 책 등,
그리고 눈길을
끄는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소녀의 비밀을 담고 있을 것
같은 ‘Love’
노트
–
거기엔 이 열
여덟 살 소녀의 꿈,
사랑,
우정,
아쉬움 등등이
깨알처럼 적혀 있을 것이다.
봄 햇살이 너무 따스해서
서럽듯,
금요일이면
돌아오는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 단지 만화가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해서 슬프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식을 유족들이
취소했다.
왜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304명이 그대로 수장되어야 했는지 그
진상을 밝혀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한 유족들에게 형식적인 추모식은 조금의 위로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희생자와
그들을 가슴에 묻고 죽음을 살고 있는 유족들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사회만이 하나님 나라에 가깝다.
이훈삼목사(성남주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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