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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의 순수한 아름다음에 빠지다! <새가정 2015.7~8월호> 주민교회 (juminch)
2016년 11월 21일 22시 37분 19초 549
<새가정 2015.7~8월호> 마네, 제비꽃 장식을 단 베르트 모리조


검은색의 순수한 아름다음에 빠지다!

“ 내 형제들아 영광의 주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너희가 가졌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 ” (야고보서 2:1)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년), 제비 꽃 장식을 단 베르트 모리조, 1872년, 캔버스에 유채, 55*38cm, 파리 오르세 미술관
그림 출처 : SBS, ‘오르세 미술관 전’ 전시회 도록, 2007년, 프린팅 하우스

20세기 최대 산문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폴 발레리는 1932년 마네 출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마네의 작품 중 베르트 모리조의 초상화를 능가하는 작품이 없다고 생각한다.”

2007년도에 한국에서 <오르세 미술관 전>이 열렸음에도 후에 도록을 통해서만 전시 작품들을 보았다. 도록에서도 단연코 내 눈을 끈 것은 마네의 베르트 모리조였다. 내가 이제까지 본 여성 중에서 최고의 미인이었을 뿐 만 아니라,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서 나오는 강렬한 눈빛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 기장 총회 본부에서의 마지막 업무로 독일 출장을 마치고 나는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찾았다, 바로 그녀를 보기 위해서! 기차 역사를 개조하여 멋지게 재생한 오르세 미술관 자체가 작품이었고, 모네, 고흐 등 인상파 작가들의 작품들이 걸려있었지만 나는 몇 시간 동안 베르트 모리조를 찾아 헤맸다. 결국 내 힘으로 찾지 못하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일본에 대여 중이라는 대답에 지친 다리에 맥이 탁 풀렸던 경험이 어제처럼 떠오른다.

특별한 장식이 없는 회색빛 커튼을 빼면 화면 대부분을 검은색으로 채워 넣었다, 갈색 머리카락에 얹어 놓은 검은색 모자, 검은색 윗도리, 검은색으로 두른 목도리까지! 검은색 사이로 희끗하게 보이는 흰색 블라우스가 아주 하얗지 않아서 더 매력적이다. 앞가슴 사이에는 푸른 보라색과 흰색을 섞어서 제비꽃 장식을 암시적으로 표현했다. 베르트 모리조의 자세는 반듯하고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은 고요하지만 화면 전체에서 발산하는 강렬함을 피할 수는 없다.

 





 모사에 열중하는 프랑스 화가 지망생,  2010년 6월 말, 루브르박물관

이 그림을 보면서 배어나오는 생각, 하나는 검은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하는 것, 그리고 이 그림은 화가가 모델을 사랑하지 않고는 그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마네나 모리조나 모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젊은 화가였고 이들은 자주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이전 대가들의 그림을 모사하면서 자신의 미술 세계를 쌓아나갔다.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가장 부러웠던 점은 여기저기 그림 앞에서 각자의 이젤을 펼쳐놓고 마음껏 모사하는 화가 지망생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장의 그림을 모사하면서 선배들의 눈과 느낌과 표현하고자 하는 지향점을 체험하는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전통이 이미 150년 전 마네와 모리조 시대에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졌었나 보다.

인상파의 아버지 마네와 최초의 여성 인상파 화가 모리조는 1868년에 처음 만났다. 2012년 프랑스에서 제작된 영화 “마네의 제비꽃 여인 : 베르트 모리조”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 때 마네는 이미 자신의 집안에서 피아노를 가르쳤던 가정교사와 결혼한 후였다. 영화에서는 당대의 주류 미술계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뛰어난 실력을 갖춘 마네를 모리조는 언니 에드마와 함께 동시에 사랑했던 것으로 나온다. 마네를 흠모하며 수다를 떠는 자매의 대화를 보면 당대에도 마네의 검은색 비밀에 화가들이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나 보다. 마네의 결혼 사실에 둘 다 충격을 받지만 그 후로도 모리조는 마네의 모델이 되어주고, 마침내 마네의 막내 동생과 결혼함으로써 마네의 가족이 된다. 마네와 모리조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 가운데 영감을 주고받으며 걸작을 탄생시켰다.

서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과제 중의 하나는 인종차별이다. 미국은 흑인 노예를 기반으로 성장한 나라이고 1865년 노예가 해방된 지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인종 문제는 미국 사회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뇌관이다. 프랑스나 이태리 등 유럽에서 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이 함께 사는 모습을 본다. 이들은 거기서 3D 업종이나 노점상, 그리고 구걸로 고단한 삶을 이어간다. 싸구려 기념품도 팔다가 비오면 얼른 우산으로 바꾸고, 하루 종일 관광객들을 쫓아다니면서 자신들의 삶을 길거리에 버리고 있다. 별로 팔리지도 않는데, 관광객들 중 관심보이는 이들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들은 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럼에도 이 일에 매달리는 것은 이 백인 중심의 서구사회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단일민족이라고 말하던 우리도 이주민 200만 시대를 살고 있다. 앞으로 인종 간 결합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려서부터 선은 희고 악은 검다는 도식을 배우고 자랐다. 또 생각해보면 선악의 문제를 색으로 표현할 때 다른 방법도 마땅치는 않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처럼 검은 색에 대한 선악관이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을 억압하고 존중하지 않는 인종차별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얀색은 밝아서 아름답고 검은색은 어두워서 또 아름답다. 그리고 마네는 검은색이 악이 아니라 얼마든지 선일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베르트 모리조의 초상을 통해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마네의 의도가 그건 아니지만 모든 인종이 함께 살아가는 오늘에는 그냥 그렇게 읽고 싶다.

<성남주민교회 이훈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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