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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그리스도의 책형, 286x213cm,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 1607년, 나폴리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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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19년 03월 23일 16시 17분 22초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아직도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 누가 약하면 내가 약하지 아니하며 누가 실족하게 되면 내가 애타지 아니하더냐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고린도후서 11: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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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그리스도의 책형, 286x213cm, 카포디몬테 국립미술관, 1607년, 나폴리


예수님의 삶 중에서 이해하기 힘든 점은 주님이 너무 무기력했다는 것이다. 불의한 권력의 횡포에 맞서기는커녕 아무소리 못하고 잡혀서 고문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아들, 성전을 정화한 혁명가, 귀신도 말씀 한 마디로 쫓아내는 권능자의 모습은 어느 구석에도 보이지 않는다. 권위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겨야 할 종교로서는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욕을 당하셨고 약함을 드러내셨다.

거의 벗겨진 주님의 몸이 기둥에 묶여 있다. 빛이 쏟아지는 주님의 하얀 몸은 아무 죄가 없음을 웅변한다. 거룩하고 숭고하며 권능의 왕 메시아다. 그러나 그 메시아의 상황이 초라하고 굴욕적이다. 너무 연약하다.

주님을 기둥에 묶는 오른쪽 인물은 아주 단단하다. 가는 줄로 아주 세게 묶는다. 그렇게 하면 묶인 손에 피가 안 통해 고통이 몰려올 것이다. 그러나 그는 느슨하게 해 줄 용의가 조금도 없다. 더욱 세게 힘을 주기 위해 자신의 왼발을 주님의 왼발에 대며 디딤 발인 오른발의 종아리에는 근육이 힘으로 탄탄하게 뭉쳤다.

왼쪽 아래 인물은 싸리나무 같은 것으로 회초리를 만들고 있다. 나무를 묶는 줄이 풀리지 않도록 자신의 손 등에 여러 번 감아서 바짝 조이고 있다. 그렇게 만든 싸리나무 회초리가 주님의 하얀 몸에 내리쳐질 때 금방 피범벅이 되리라.

왼쪽에 회초리를 들고 이제 막 때리려는 사람은 참 인정사정 안 봐주게 생겼다. 그는 마음속에서부터 예수님을 호되게 채찍질하려고 벼르고 있나보다. 온 힘을 다해 내려치기 위해 미간은 잔뜩 찌푸렸고, 눈동자는 허옇게 변했으며 입을 벌려 기합을 넣고 있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주님의 목덜미 뒤 머리카락을 단호하게 움켜쥐고 있다. 혹시라도 움직이면 채찍이 정통으로 맞지 않을까 걱정하는 거다, 그럴 리도 없는데!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보아도 하늘을 쪼개고 오실 메시아의 강력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머리의 가시관이 피부를 찔러 고통과 공포로 주님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입술을 굳게 닫은 채 묵묵히 아픔을 수용하고 있다. 권능의 구세주가 아니라 그저 가련하고 연약한 한 사람이 체포되어 고문 받는 모습이다. 너무 무기력하여 메시아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민망하다.

그런데 어떻게 초대 교회 성도들은 이 약함 속에서 구원의 주 메시아를 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