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그야말로 노숙을 했다, 아무 것도 없는 들에서, 어떤 인간도 다니지 않는 벌판에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오히려 더 안심인 상황이 아프다. 야곱은 그 한데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밤이라 그러긴 하지만 하늘이 어둡다. 검은 구름이 잔뜩 껴 있는 것이 야곱의 내면과 비슷하다. 나무는 있으되 우람하게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워있고 가지는 중간에 꺾여나갔다. 죽은 것은 아니지만 왕성한 생명을 담지하고 있지도 못하다. 살았으나 그리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삶…!
그 어둔 하늘 한편에서 새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늘이 밝아지고 하늘에서 땅까지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이상하게도 화가는 이 부분을 그렇게 강조하진 않았다. 이 장면을 그린 많은 작품들은 천사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들이 많다. 천사들을 뚜렷하고 화려하게 표현하여 이 장면의 중심을 초현실적인 것에 두려고 했다. 그런데 이 화가는 천사의 모습은 보일락 말락 하게 흐릿하게 표현했다. 자세히 보면 보이지만 얼핏 보면 저 밝은 하늘 속에 천사가 있는지 잘 모른다. 지금 화가의 관심은 야곱의 꿈속에 있지 않다. 꿈을 꾸고 있을지라도 꿈은 꿈이고 현실은 냉혹하며 화가는 그 현실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같다.
도바리(도망)치느라 고단한 야곱이 깊이 잠들었다. 불안, 두려움, 피곤, 서러움, 배고픔과 후회로 점철된 삶에 그래도 한 가닥 안식의 순간이다. 야곱은 외투로 돌을 덮고 베개 삼고 누워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피곤에 지쳐 샌들도 벗지 못한 채, 험난한 하루의 여정이 더러운 발에 그대로 묻어있는 채로 말이다, 아 정말 고단한 삶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