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이 다윗을 선택하여 기름 부어 다음 왕으로 선언하는 장면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기대와 영광을 한 몸에 받던 사울이 어느 순간 계속 하나님과 엇나가면서 결국 하나님이 사울과 그 가문을 버리셨다. 하나님은 새로운 왕 세우는 일을 사무엘에게 맡기시고는 베들레헴으로 가서 이새의 집안을 찾고 하나님이 선택한 아들에게 기름을 부으라고 하셨다. 이새의 아들 7명이 모두 건장하고 왕의 직임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지만 웬일인지 하나님은 그들 모두 선택한 이가 아니라고 하셨다. 아버지 이새가 보기에 아직은 너무 어리고 이스라엘의 왕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사무엘에게 보이지도 않은 다윗이 결국은 하나님이 선택한 왕이었고 사무엘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선포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하나님 신앙과 기독교 신앙과 개신교 신앙의 핵심이 되는 말씀이 나온다.
이 장면을 그린 좀 특이한 작품이 있다. 종이에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서 전체적으로 밝고 가볍고 투명하다.
뒤의 형들은 외모가 멋있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하나님의 선택에는 들지 못해 아쉽다. 그럼에도 다윗이 기름부음 받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버지 이새는 이스라엘 왕을 세우는 엄중한 사명 앞에서 두 손을 여미고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예식에 입회하고 있다. 신앙에는 이러한 긴장이 서려있어야 한다.
소년 다윗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말 한 나라의 왕이 되기에는 아직 너무 앳되고 연약해 보인다. 본문은 다윗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의 빛이 붉고 눈이 빼어나고 얼굴이 아름답더라(삼상 16:12)’. 아직 다 장성하지 못해 부족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요소를 성경은 그렇게 표현했는데 이 그림에서는 다윗의 머리카락에 투영했다, 빨강 헤어스타일! 정말 하나님은 외모가 아니라 그 중심을 보시는 것이다.
오로지 하나님의 명을 받들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사무엘은 자신의 판단 오류를 뒤로 하고 사명을 수행한다. 왼손으로는 옷깃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기름병을 조심스레 들어서 다윗의 빨간 머리에 붓는다. 사무엘은 기름을 붓는 순간까지도 ‘얘가 정말 하나님이 선택하신 왕일까?’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초극하여 적확하시다는 것을 이후의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믿는 우리도 끊임없이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 중심을 보고자 애써야 한다. 이것이 또한 종교개혁의 신앙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