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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로니무스 보쉬, 쾌락의 정원(지옥 일부), 1504년경,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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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19년 11월 09일 16시 32분 50초

히에로니무스 보쉬, 쾌락의 정원(지옥 일부), 1504년경,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 

네덜란드는 플랑드르 지방으로서 유명한 화가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우리가 사랑하는 고흐, 렘브란트, 베르메르, 브뤼겔, 얀 반 에이크… 그 중에 가장 내 눈길을 끈 것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라는 화가였다. 보스(1450~1516년)는 500년 전의 인물로 정말 기이한 그림을 많이 그린 화가다. 지금으로 보면 초현실주의 화가인데, 실제로 당대는 유명했지만 오랫동안 잊혀 있다가 20세기에 무의식과 초현실주의 등에 의해서 재조명 받아 화려하게 부활했다. 

암스테르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스헤르토헨보스라는 작은 도시에 보스 아트센터가 있다. 그가 활동한 15~16세기는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한창이고 인간과 역사의 발전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 그리고 낙관주의가 가장 발달한 시기다. 대부분의 학자와 예술가들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이성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서 대단한 희망을 가지고 낙관하던 시대적 분위기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기의 건축은 밝고 높고 웅장하고 화려하며 미술은 현실보다는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에 멋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의 공기와는 정 반대로 보스의 그림은 매우 그로테스크(기괴)하다. 참 이상한 모습들을 상상하여 그림으로 표현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쾌락의 정원’은 천국-현실-지옥을 그린 3단 병풍 같은 판넬인데 모두 정말 희한하다. 그 중에서도 지옥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장 놀라고 해석도 분분하다. 그는 어떤 기록이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남기지 않았고, 그림은 난해하여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무언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의 지옥은 잔인하고 두렵다. 별의별 형벌과 무서운 장면들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여과 없이 그려 놓았다. 인류는 어떤 문제든 해결하며 세상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낙관하며 탐욕과 쾌락을 즐기던 사람들은 보스의 그림 앞에서 흠칫 놀라고 순간 두려움에 빠졌을 것이다. 그는 발전과 행복을 확신하던 낙관의 시대에 비극적 전망으로 무서운 최후의 심판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쾌락의 정원’ 지옥의 한 부분이다. 식물과 곤충과 동물들이 사람과 혼합되어 괴기스러운 형상을 지니고 있고 그런 끔찍한 환경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별의별 형벌을 통해 고통 받고 있다. 그의 비관주의는 천국에 들어가는 사람보다 지옥으로 끌려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에서도 드러난다. 그런데 보스의 작품들 중 지옥의 구체적인 모습 배경에 거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대형 화재다. 하늘에서 빛이 쏟아져 내리는 가운데 어둠 속의 성과 마을 등 곳곳에서 시뻘건 화염이 솟아오르고 있다. 

예로부터 전쟁의 승자는 공격하던 곳을 불사르는 것으로 끝장을 내곤 했다. 예루살렘을 침략한 바빌론도 예루살렘 성과 성전을 불질러버렸다. 타서는 안 될 거룩한 것들과 자기 삶의 터전인 집들이 잔인한 적들에 의해 불꽃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충격과 두려움 속에서 그들의 영혼도 함께 붕괴되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침략자들이 풀어놓는 불은 당하는 이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보스의 뇌리 속에도 지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서양 중세 시대 여기저기서 벌어졌던 전쟁의 참상, 그 중에서도 무자비하게 타오르는 불길이었나 보다. 불은 현실에서도 모든 존재를 한낱 재로 허망하게 만드는 악마적 힘이기에 두려운 최후의 심판과 지옥의 상상에 빠지지 않은 것 같다. 

21세기, 인간의 과학기술과 이성의 힘은 인류 역사를 무한히 발전시킬 것이라는 ‘근거 있는 낙관주의’가 지배적인 우리 시대에 하나님의 심판이 쏟아진다면 그 방법으로서 맹렬한 화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가공할 최첨단 현대 무기의 불이든 핵무기나 핵발전소의 불이든 말이다. 

진정 문제는 이러한 두려움에 대해서 가볍게 코웃음쳐버리는 현대인의 자신감과 낙관론 아닐까! 

* 당시 플랑드르지방은 스페인이 지배했기에 보스의 원작은 대부분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 전시되어 있고 보스의 고향은 정교한 복제품으로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