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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1.어둠의 기사(The Dark Knight)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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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0년 02월 29일 17시 52분 32초

<2020.3.1. 주보 그림>

어둠의 기사(The Dark Knight)


배트맨 시리즈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2008년에 개봉한 다크 나이트다. 당시 2000억 원 정도 들여서 1조 이상 수입을 올렸으니 상업적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둔 영화다. 배트맨 시리즈에는 선과 악이 명백하다. 배트맨은 선의 수호자로서 악과 싸우며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원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다. 싸움도 잘하고 부자고 멋있고 부족한 것이 없으며 듣도 보도 못한 최첨단 도구를 사용하여 하늘을 나르고 죽음 직전에서도 살아난다.

배트맨 반대편에는 악의 상징이 등장한다. 그 중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으면서도 섬뜩한 악이 조커다. 조커는 사악하고 거짓과 술수에 능통하고 잔인하고 코믹하기도 하다.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양쪽 입을 칼로 찢겼고 그래서 그는 평생 자기 얼굴이 아니라 삐에로로 분장하며 살아간다. 조커 역시 죽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한, 세상이 존재하는 한, 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사람과 함께 존속할 것이다. 잔인한 악의 화신인 조커를 마냥 미워할 수만 없는 것은 그의 악마성은 일정 부분 조커 자신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워하면서도 연민이 생긴다. 다크 나이트에서도 이 영화를 진정 영화되게 만드는 것은 배트맨이 아니라 조커다. 그래서 작년 말에 배트맨이 아니라 악의 대명사인 조커가 주인공인 영화(조커, 2019년)도 나와서 호평을 받았다.

배트맨이 상징하는 선과 조커가 대표하는 악은 천사와 악마처럼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갈등하고 대결할 것이다. 실제 우리는 어렸을 때 저런 만화 영화 보면 꿈속에서 내가 배트맨이 되어 하늘을 날고 악을 쳐부순다. 그러나 꿈에서 깨면 현실의 나는 여전히 무력하고 한계가 뚜렷하며 세상에 배트맨은 보이지 않는다. 조커가 상징하는 악도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바울이 고백한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하면 이를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롬 7:20)’ 라고 한 것도 실제 바울 속에 죄가 어떤 물질덩어리처럼 존재하여 그렇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지금 한 말이나 행동이 도저히 내가 했다고는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잘못한 것일 때, 우리는 순간 귀신에 씌웠다고 한다. 그런 것과 비슷한 표현이다. 결국은 바울이 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내가 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악한 짓도 우리는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우리 모두는!

선과 악을 상징하는 배트맨과 조커가 실재 존재가 아니라면 우리들 인생과 사회에서 실존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실제 인물은 하비 덴트 검사다. 그는 정말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 범죄자들과 목숨 걸고 싸우는 정의로운 검사요 사회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내려진 결과는 사랑하는 약혼자의 죽음이요 자기 얼굴의 반은 화상으로 흉측하게 변해버렸다. 얼굴의 반은 정의로운 모습으로 그리고 반은 끔찍한 상처의 모습으로!

우리들 속에는 누구에게나 배트맨과 조커가 공존하고 있다. 하비 덴트 검사의 두 얼굴처럼 선과 악이 내 속에 공존하여 아름다움과 추함이, 선과 악이, 정의와 탐욕이 우리의 삶과 역사에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내 모습이다. 사순절은 이러한 내 모습을 직시하는 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