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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놀데, 그리스도 탄생, 1912년
어둔 밤, 문밖 멀리에 목자들이 밝은 별을 따라 바삐 오고, 마리아는 방금 출산한 아기 예수를 높이 들어 기뻐하고 있다. 아기 예수는 형체가 불명확한 채 거의 핏덩이에 가깝다. 다른 성탄 그림들이 아기 예수를 꽤 크고 영민하고 비범한 아이로 표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마리아도 거룩한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이제 막 산고를 겪은 평범한 여인이다. 그의 치마에는 출산의 핏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런 그림들은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우리가 어느 새 예쁜 그림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앞으로 그가 수용해야 할 현실은 폭력과 불의의 현장이었다. 로마의 식민지, 독립 투쟁과 십자가 처형, 민중의 가난하고 비참한 삶을 배경으로 태어나는 메시아가 예쁠 수만은 없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오늘 우리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권력, 돈, 실력, 외모 등 힘이 곧 진리요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는 설 곳이 없는 것이 현재 2015년 성탄을 앞둔 대림절의 모습이다. 그 간절함으로 교회 외벽에 이 예쁘지 않은 성탄 그림을 현수막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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