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어느 날 롯데 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 92년 장마 종로에서 - 노래를 듣고 온몸에 전율을 느낀 것은 정태춘·박은옥의 이 노래가 처음이었다.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워, 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높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정태춘은 이 노래로 1993년 불구속 기소되었지만 마침내 1996년 대중문화계를 옥죄던 사전심의제도는 폐지되었다. 이제는 페퍼 포그도 물대포도 백골단도 사라졌지만 우리는 정말 다시 일어서고 있는가 다시 일어서야 한다 우리를 속절없이 무너트리는 더욱 무서운 자기 내면의 적들을 넘어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