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브로피(Des Brophy), 행복하게 춤추는 여인들, 영국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 장마는 예전처럼 하루 종일 몇 주간씩 지속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아침부터 하늘이 무겁고 더 견딜 수 없으면 하늘이 물주머니를 풀어놓았다가 다시 모았다가를 반복한다. 연중 비오는 날이 많은 북유럽 사람들이 해가 나면 공공장소에서도 일광욕을 즐기는 마음이 이해도 간다.
노년은 해가 지는 시기다. 마음속에 뜨거운 열정이 있다 해도 낮처럼 뜨겁게 타오를 수 없으며 그저 산과 바다를 붉게 물들일 정도다. 몸은 이미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며 사회적으로도 조금씩 주변부로 밀려난다. 아쉽고 서럽고 아플 것이다.
아직까지도 남성보다 한층 더한 여성, 노년의 여성 셋이 우울한 빗속을 우산 들고 걷는다. 이미 몸은 젊었을 때의 맵시를 상실한지 오래 되어 다리가 좀 휘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가냘파 보인다. 몸도 마음도 날씨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세 노년의 여성이 빗속에서 살짝 뛰어오른다, 우산을 들고 지팡이도 들고…. 옷과 우산의 색깔이 빨강‧노랑‧연두‧검정 등 경쾌하다. 모든 것에서 좀 튄다. 그러나 누가 보면 어떠냐 개의치 않는다. 지나가는 개도 이상한지 가던 길 멈추고 고개 돌려 이 광경을 바라다본다, 빗속에서도 행복하게 춤추는 노년의 여인들!
화가는 주로 연세 많은 분들을 그리되 대개 뒷모습에 관심한다. 앞모습과 얼굴에 집착하는 시대에 대한 반기(反旗)일까, 사람은 모름지기 퇴장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걸까.
이제는 내 뒷모습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나는 인생의 무대에서, 역사의 길거리에서 걸어 나올 때 어떤 뒷모습을 지닐 수 있을까.
데스 브로피 초대전 “즐거운 인생”, 2020.6.4.(목)~8.31(월), 서울 서초 흰물결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