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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5. 모모, 미하엘 엔데 작, 1973년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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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1년 07월 24일 19시 06분 02초

<2021.7.25. 주보 그림>

모모, 미하엘 엔데 작, 1973년

내가 청소년 시절 한국에서는 ‘모모’라는 소설이 번역되어 큰 인기였다. ‘모모’라는 대중가요가 만들어져 널리 알려질 정도였다. 나는 책에 대해 이야기만 전해 듣고 정작 읽지는 못하다가 이 설교를 준비하려고 뒤늦게 읽었다. 어른들을 위한 다른 동화는 내용이 짧아서 금방 읽는데 이것은 350페이지나 되어서 며칠 걸렸다.

모모라는 소녀와 그 주변 인물들은 가난하고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 그것은 서로 신뢰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자신과 주변을 관찰하면서 생기는 행복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바빠지고 자기 일에만 집중하면서 행복이 메말라갔다. 사람들이 오직 자기 것에만 관심하고 타인에게는 무관심하니 장사가 잘 되고 자기 분야에서 성공할 수는 있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웃고 떠들고 장난하면서 느끼는 삶의 기쁨과 행복은 사라져버렸다. 산업 사회 이후 현대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서구에서 시작된 이 삶의 형태를 모든 나라들이 따라가고 있고, 이미 개별화된 도시를 대부분의 시골이 닮아가고 있다.

‘모모’의 문학적 가치는 이러한 현대인들의 분주함과 그로 인한 불행의 원인을 시간을 빼앗아가는 잿빛 도당들 때문이라고 설정한 것 같다. 우리가 이유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바쁘고 바쁜 일상으로 떠밀려가듯이 살아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둑들이 우리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상력이 작가의 위대함이다. 잿빛 도당들은 사람들이 이기적인 일에만 몰두하여 시간을 절약하게 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가 차지하던 시간을 빼앗아 축적한다. 잿빛 시간도둑들은 이 시간이 없으면 소멸하니 사람들이 함께 사는 시간, 서로 듣고 이야기 하고 나누는 시간을 치열하게 도둑질해 간다. 시간을 빼앗긴다는 의미가 허랑방탕하게 시간을 버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웃이나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며 살아가던 삶에서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삶으로 변한 모습을 가리킨다는 점이 현대사회의 핵심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지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도둑질 당해 건조하고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어느새 그것은 시대의 흐름이 되고 당연한 현상이 된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저항한다. 모모가 그 저항자다. 물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호라 박사와 미래를 예견하는 거북이 카시오페아가 절대적 도우미다. 우리 인생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잿빛 도당들이 내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간을 빼앗겨서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불행이 아니라 그 시간을 이웃과 함께 누림으로써 지켜내는 싸움을 내 시간 한복판에서 매 순간 벌여야 한다.

본문 중 인상적인 구절 하나가 시간의 꽃처럼 떠오른다. 눈은 빛을 볼 수 있고, 귀는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시간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가슴이 뛰지 않는 순간 내 시간도 멈추어버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