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6. 주보 그림> 오딜롱 르동(1840~1916),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 64.8*50cm, 1895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인상파 화가들과 같은 시대에 활동했지만, 인상파 화가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에 집중했다면 르동은 실재에 대한 느낌을 그렸다고 한다. 화가의 관심이 느낌에 있으니 인물이나 공간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제목이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이니 성경에 따르자면 당연히 사마리아 수가 성 우물가가 그림의 배경으로 나와야 하나 모든 것을 생략하고 그저 하늘과 언덕 같은 땅 정도만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두 인물 사이에 놓여 있고 예수님 머리 위쪽에도 있는 분홍색 원형 모양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여인 앞에서 눈을 지그시 감은 예수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신다. 눈은 감았고 입은 아예 윤곽을 흐리게 처리해버렸다. 주님은 영혼의 갈증이 심하고 흠 많은 이 여인에게 어떠한 훈계나 조언조차 하실 마음이 없다. 주님의 머리카락은 뒤로 갈수록 갈색이 짙어져서 배경과 거의 붙어버렸다. 경계의 모호함, 우리가 사는 세상에 확실하고 명확한 것이 있기는 한 걸까. 르동의 사마리아 여인이 마음에 든다. 예수님과 묘령의 여인 단 둘이 우물가에 앉아서 대화를 하는 장면은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당연히 예수님은 가장 멋진 남성이 되고 여인은 가장 아름답고 이상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많은 화가들은 이 장면에 로맨틱한 느낌을 가미하기도 했다. 그런데 르동은 그러지 않았다. 아마 사마리아 여인 중 가장 예쁘지 않은 모델일 것이다. 얼굴은 유색인으로 동양적이고 주름 진 턱 선이나 심지어 새치까지 있어서 젊지 않은 중년의 여성으로 그렸다. 여인 역시 눈을 감고 앞으로 손을 모았다. 주님이 하시면 무슨 말씀이든지 모두 듣고 따르겠다는 자세다. 진정 아름다운 사마리아 여인이다. 정작 주님은 아무 말 없이 이 여인을 위해 가슴으로 하얀 부케를 준비하셨다. 그림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찬란하다. 과거의 모든 상처를, 현재의 모든 어둠을, 미래의 모든 불안을 싸매주고 밝힐 수 있는 등불 같은 꽃다발이다. 오늘 여신도회주일에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이 부케 한 다발 전해주시기를 기도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