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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보스, 일곱 가지 죄악(분노 부분), 1480년 경, 120*150cm,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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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1월 29일 18시 46분 11초

<2022.1.30. 주보 그림>

보스, 일곱 가지 죄악(분노 부분), 1480년 경, 120*150cm, 스페인 프라도미술관

2019년 10월, 마일리지로 홀연히 5박 6일 갈 여행지로 네덜란드를 선택한 것은 렘브란트와 고흐를 보기 위해서였다. 렘브란트기념관과 고흐미술관을 통해 삶과 시대를 고뇌한 두 화가에 대해 훨씬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내 가슴에 담고 온 화가는 정작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년)였다.

그 전부터 보스의 기괴한 그림들에 눈을 멈추곤 했지만, 15세기 르네상스의 중심은 북유럽보다는 이탈리아였고, 르네상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닌 보스의 그림들은 매력적이지만 난해한 느낌이었다. 짧은 일정에 홀로 여기저기 다니다가 우연히 스헤르토헨보스라는 소도시에 보스기념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단숨에 찾아갔다. 이곳은 보스의 고향이었고 보스라는 이름도 여기서 따온 것이다. 옆에는 거대하고 찬란한 성당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보스 기념관은 어느 교회를 개조하여 만들었다. 밖에서 보면 평범한데 내부는 보스의 기괴함을 그대로 담아서 전시하고 있었다. 책으로만 보던 ‘쾌락의 정원’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등의 작품과 그의 작업장을 재현한 공간 등을 감동적으로 둘러보았다. 그리고 벅찬 가슴으로 기념관을 나오는데 어느 동양인이 열심히 관람하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초로의 여성 안내인이 친절하게 소책자를 건네주면서 보스의 진품들은 프라도 미술관에 있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럼 이게 다 복사본이냐고, 그랬더니 맞단다, OMG! 좀 허망하긴 했지만 이제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을 꼭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

서구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일곱 가지 덕목을 중대한 죄로 정하고 조심할 것을 강조했다. 교만‧인색‧시기‧음욕‧탐욕‧나태 그리고 분노다. 보스는 초기에 이 주제로 ‘일곱 가지 큰 죄와 네 가지 종말’이라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원 모양으로 배치한 일곱 가지 죄들 중 맨 아래쪽에 ‘분노’를 담았다.

내용은 간단하다. 평범한 농가 또는 주막에서 두 남자가 술을 먹다가 주먹다짐 싸움을 벌이는 장면이다. 탁자는 쓰러지고 두 사람은 모자도 나막신도 겉옷도 아무렇게나 땅바닥에 벗어던지고 흥분하여 싸운다.

왼쪽 남자는 이미 한 대 맞아서 머리에 작은 탁자가 모자대신 씌어 있고, 작은 칼자국이 난 오른쪽 이마 위에서 얼굴로 피가 흘러내린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몹시 격앙된 상태다. 큰 소리로 항의하는데 위 이빨 두 개만 듬성듬성 보이니 상류층은 아니다. 결국 그는 왼손으로 칼을 빼들었고 오른손은 외투 속에서 또 무언가를 꺼낼 태세다.

오른쪽 남자는 술에 상당히 취해 있고 왼손으로는 아직도 술병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싸움의 촉발자일 것이다. 다리가 어느 정도 풀려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이기도 하지만 눈빛으로 보아 꽤나 호기를 부리는 사람이고 폭력적인 인물이다. 가냘픈 여인이 그의 허리춤을 잡고 왼손으로는 칼을 제지한다.

이 난장판의 원인은 무엇인가. 화다. 화가 인생의 화를 부른다. 이들이 처음부터 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별일 없이 지내다가 어느 순간 무기를 들고 피를 흘리는 싸움으로 비화된 것이다. 결말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사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고 진정되었다 해도 이미 이들의 삶에는 상처가 생겼다.

보스는 당대 민중의 어리석음과 광기를 비판적으로 담았다. 화를 잘 다스리고 조정하는 사람과 사회가 덜 다친다. 그리고 그 화의 악마성을 악화시키는 매개체인 술을 조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화를 부른다. 술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배당하는 사람은 본인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금주하는 게 좋다.

일곱 가지 죄를 그린 중심에는 하나님의 눈을 상징하는 황금빛 홍채가 있고 그 가운데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면서 라틴어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 주의하라 주의하라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