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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22. 주보 그림> 고흐, 석탄 자루를 나르는 광부 아내들, 32*50cm, 1882년, 네덜란드 헤이그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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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6월 11일 13시 37분 49초

<2022.5.22. 주보 그림>


고흐, 석탄 자루를 나르는 광부 아내들, 32*50cm, 1882년, 네덜란드 헤이그


누구에 관한 글 보다는 그 사람 본인의 글이 훨씬 감동적이다. 해설이 곁들여진 제 3자의 글은 읽기는 쉽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한번 거른 것이고 본인의 글은 불친절하지만 그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흐(1853~1890년)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668 통의 편지 중 선별해서 엮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다시 읽는다. 오래 전에 사서 읽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읽으려 찾으니 없어서 새로 샀다. 이번엔 두 권으로 나누어 좀 더 읽기 좋게 출판되었다. 과거에도 느꼈지만 고흐의 글이 그리 만만치 않다. 고흐는 20대부터 엄청나게 독서에 집중하고 고독한 만큼 사색하였기에 그의 글은 굉장한 깊이와 고뇌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설교자들은 고흐에게서 많은 영감을 채취할 수 있다.


여러 대에 걸친 할아버지들과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그 길이 여의치 않았고, 26세에 고흐는 벨기에 서부 탄광촌 보리나주에서 전도사로 일한다. 그곳은 끔찍한 고통의 장소였다. 비참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탄광촌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화할수록 그의 정신은 고행의 길을 갔다. 결국 1년 만에 선교단체에서 전도사 역할도 해고당한 고흐는 이제 그림에 그들의 비참을 담고자 했다.


탄광촌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이른 사람들이 모인다. 더럽고 위험하다. 분명 두더지가 아닌데 사람이 두더지처럼 땅굴을 파고 들어가면서 석탄을 캐낸다, 두더지보다 더한 노동으로! 막장에 몰린 인생이 막장으로 무너지는 굴을 버티며 석탄을 캔다. 얼굴‧손발‧옷, 세상 모든 것이 시커멓다. 가정도 미래도 그렇다.


고통의 한가운데로 몰리는 것은 광부만이 아니다. 광부의 아내들도 마찬가지로 쓰라린 노동에 허덕인다. 메마른 추운 날, 예닐곱 아낙들이 탄광에서 석탄을 주어다가 집으로 옮긴다. 나뭇잎 다 떨구고 밭에는 까마귀만 날아다니는 한 겨울이다. 멀리 교회가 있지만 흐릿하여 이들의 삶에 빛을 비추지는 못한다.


여인의 옷이 온통 꺼먼 석탄으로 지저분하다. 그들의 몸 그 어느 곳에도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할 공간이 없다. 자루에 잔뜩 담은 석탄은 무겁기만 하여 자꾸만 여인들의 몸을 땅으로 끌어내린다. 그럴수록 끌려 내려가서는 안 되는 여인들은 안간힘을 다하여 자루가 늘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결국은 허리를 수평으로 하여 석탄 자루를 등에 밀착시킬 수밖에…. 겨드랑이 사이로 겨우 눈과 코만 보이는 여인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나도 전에 가끔 시골에서 등이 완전히 기역자로 굽은 할머니들을 보곤 했다. 평생 견뎌온 노동의 징표다. 안쓰럽다. 옛 우리 할머니들의 애잔함에 석탄 자루를 지고 이 길을 수도 없이 평생 왕복해야하는 광부 아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평생 고흐가 사랑한 것은 이들의 아픔이었다. 그래서 그는 세상과 불화했고 그럴수록 고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