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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29. 주보 그림> 윌리엄 블레이크, 야곱의 사다리, 37*29cm, 1805년, 런던 대영 박물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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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6월 11일 13시 39분 54초

<2022.5.29. 주보 그림>


윌리엄 블레이크, 야곱의 사다리, 37*29cm, 1805년, 런던 대영 박물관


성경에서 인격적으로 가장 비 호감 인물을 뽑을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야곱이다. 차라리 무능하면 답답하긴 해도 밉지는 않다.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재능을 이기적으로 사용하며 남에게 해를 끼치면 우리는 분노한다. 요즘 국무총리나 장관에 추천된 사람들을 보면 정말 우리와는 다른 여건과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보며 혀를 찬다.

야곱이 딱 그런 인물이었다. 뛰어난 지혜와 순간 판단과 추진력을 가지고 형과 아버지를 속여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이기적 능력자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런 삶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결국 야곱은 에서의 분노를 피해 브엘세바를 떠나 멀리 하란까지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주 먼 길이다. 우리로 치면 아마 목포에서 만주까지 혼자 걸어가는 여정이다. 고단하고 외롭고 위험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이다. 우리의 인생길이다. 그의 고독과 두려움과 무력함을 한 번에 나타내는 모습이 돌베개를 베고 자는 야곱이다. 어둠과 들짐승과 강도와 찬 이슬의 위험 속에서 야곱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바닥에 누워 맨 하늘을 바라보면서 머리맡의 돌을 집어 베개 삼는 것뿐이었다. 이 순간이야말로 자기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공포와 후회가 찬 기운처럼 올라왔을 것이다.


영국의 시인이요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이 장면을 수채화로 그렸다. 전체적으로 화면 아래서부터 파란색으로 시작하여 위로 올라갈수록 노란색으로 달라진다. 황금 빛 하늘의 광명이 땅으로 퍼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야곱의 현실이 칠흑같이 어둡지는 않다.


젊고 건강한 근육질의 야곱이 양팔을 벌리고 깊이 잠들어 있다. 무방비 상태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지켜줄 지팡이는 자면서도 왼손으로 잡고 있어 조금이나마 불안을 달래주면서 야곱의 삶에 대한 집념을 보여준다. 피곤함 속에서 돌에 머리를 대고 깊이 잠든 야곱의 머리 위로 그의 꿈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다.


땅에서 하늘까지 닿는 사다리를 화가는 계단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훨씬 안정적이고 많은 천사들이 왕래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그 곳을 아름다운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날개를 단 이들도 있고 날개 없는 천사들도 있다. 머리에 빵 덩어리 소쿠리나 물동이를 인 이들도 있고 어깨에 아기를 얹은 이 그리고 책을 펴고 끼면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천사들도 있다. 어둠 속에서 별들은 낭만적으로 반짝인다.


하늘까지 이어지는 계단 위에는 여러 천사와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어린 천사들과 손잡고 올라가는 이들은 아마 세상을 떠난 이들일 것이다. 하늘에 합당한 사람들에게 죽음은 어둠속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황금빛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오래 기다린 만남도 있고 기쁨의 노래도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음성이 있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따뜻하고 황홀한 이 꿈을 지금 야곱은 인생의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려서 가장 위험한 광야에서 가장 어두운 밤에 꾸고 있다.


꿈에서 깬 야곱은 이곳을 ‘하나님의 집(벧엘)’이라고 불렀다. 여기가 비 호감 야곱이 행복의 조상이 되는 전환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