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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3. 주보 그림> 안드레이 미로노프, 불의한 청지기 비유, 2012년, 개인 소장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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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7월 05일 07시 00분 48초

<2022.7.3. 주보 그림>


안드레이 미로노프, 불의한 청지기 비유, 2012년, 개인 소장


부유한 주인의 재산관리를 맡은 사람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듣고 주인은 이 사람을 해고하려 한다. 전폭적으로 그를 신뢰하고 주인의 재산 운용을 맡겼는데 들리는 소문은 지산관리인이 정직하지 못하며 주인의 재산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주인은 이 재산관리인을 해고하기로 한다. 당연한 절차다. 그러자 그는 주인에게 빚진 채무자들을 불러 모아 자기 마음대로 채무액을 줄여주고 나중 해고되었을 때 그 보답으로 대접을 받으며 살아갈 꼼수를 실행한다.


나이 지긋하여 경험 많아 보이고 노련한 재산관리인이 소작인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왼쪽 벽면 어두운 곳에 걸린 긴 열쇠가 그가 행하던 권한의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커다란 모래시계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표시하는 것 같다. 그는 지금 일생 일대 위기를 맞았다. 곧 열쇠는 압수당할 것이고 그의 인생은 풍비박산 날 것이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여유도 없다. 지금 이 순간도 쏟아져 내리는 모래가 노인의 위기에 대응하라고 재촉한다.


책상 위에는 금화가 몇 개 놓여 있고, 치부책에는 대출 관련 여러 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손가락을 가리키는 부분이 지금 협상자의 채무 내역이다. 책 아래에는 여러 장의 문서를 정리하지 않은 채 묵직한 것으로 눌러놓았다. 이 사람 말고도 협상해야 할 사람들이 아직 여럿이 있다.


협상하러 온 사람은 가난한 소작농이다. 머리 감은지도 오래되어 머리카락은 뻣뻣하고, 왼쪽 어깨 아래 부분은 옷이 찢어져 있다.


재산관리인은 환하게 집중 조명을 받고 있지만 마음은 초조하다. 평상시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소작농이지만 지금은 내 코가 석자니 눈동자를 위로 모아 소작농에게 제시한 조건을 수락하기만 고대하고 있다.


부정직한 거래는 다급한 상황에 몰린 재산관리인과 곧 거짓 문서에 서명할 소작농 사이에서 성사되기 직전이다. 이 둘의 불의는 눈과 눈이 마주치는 공간에서 발생하여 두 사람에게는 이익을 준다. 채무자는 빚이 줄고 관리인은 그 대가로 후일 리베이트를 받는 식이다. 이들의 이익만큼 발생한 손해는 고스란히 주인에게 돌아간다. 악이다. 불의다.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고 손해를 끼치는 반사회적 범죄다. 그런데 주님은 이 불의한 청지기를 지혜롭다고 칭찬하셨다.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