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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11. 주보 그림> 피터 브뤼겔, 바벨탑, 155*114cm, 1563년, 목판에 유채, 빈 미술사 박물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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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09월 12일 16시 55분 13초

<2022.9.11. 주보 그림>


피터 브뤼겔, 바벨탑, 155*114cm, 1563년, 목판에 유채, 빈 미술사 박물관


플랑드르(네덜란드‧덴마크‧벨기에) 지방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브뤼겔은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바벨탑을 통해 당대 사회정치적 의미들을 곳곳에 저며 놓았다. 웅장하고 거대한 탑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건축되고 있다. 처음의 당찬 결의대로 구름을 뚫고 올라가 하늘까지 닿을 기세다.


바벨탑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는 탑 옆의 성곽과 몇 층짜리 건물들이 아주 왜소하게 보이는 것과 탑 한 층의 높이를 보면 잘 드러난다.


중요한 것은 탑이 있기 전에 먼저 도시가 있었다는 점이다. 탑은 도시로 집적된 모든 역량의 총화다. 저 푸른 벌판에는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도시에는 많은 건물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나름대로 튼실한 건축물들이 생성되어 있고, 하천에는 다리도 놓고 배도 띄워서 물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 한 장소에 많은 인구가 모여서 집단적으로 생활하니 국방‧경제‧지식‧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상승효과를 일으켜서 풍요와 편리를 담보한다.


자연에서 찾은 돌에 돌을 얹고 그 사이를 진흙으로 잇던 공법에서 이제는 강가의 진흙을 불에 구워서 단단한 벽돌을 만들고 그 사이에 진흙보다 훨씬 접착력이 뛰어난 역청(모르타르)을 바르는 것은 놀라운 기술 진보요 과학 혁명이다. 이 놀라운 발명으로 얻은 자신감이 초유의 바벨탑 건설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탑 이전에 도시가 있었다. 인력‧물질‧힘‧지식 등 모든 것을 한 곳에 모아서 만든 거대 도시야말로 하나님이 마침내 심판하시는 중요한 이유의 출발점이다.


도시의 형성은 외부 적으로부터 안전과 내부 질서를 위해 관료제가 필요해진다. 관료의 정점에 왕이 있고 그 아래 역할에 따라서 여러 직분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계급이 발생한다.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이 외적 조건에 따라 계급으로 나뉘고 차별이 발생한다. 무거운 돌을 자르고 나르느라 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힘든 일정 중에도 일손을 멈추고 엎드려 왕 일행을 맞이한다. 이 거대한 작업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인간들이 있고 목숨 걸고 위험한 노동에 내몰리는 인간들이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 수고한다고 격려 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납작 엎드려 손을 비비고 설설 기고 있다. 권력자의 잔인한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미 경험했다는 뜻이다.


온 세상에 흩어지는 하나님 심판의 직접 도화선은 바벨탑이었지만 탑의 근저에는 모든 것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도시화라는 ‘죄의 밭’이 있었다. 21세기 우리가 쌓고 있는 거대 도시문명은 이 지점에서 숙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