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안내 예배 담임목사 회의와위원회 교회학교 선교기관 커뮤니티
 
 

 
Untitled Document
<2022.11.13. 주보 그림> 산 미니아토 알 몬테 성당에서 바라본 피렌체 시내 주민교회 (juminch)
gd_f39001_1668438964009.jpg (251KB)
803
파일 올린 시간 : 2022년 11월 15일 00시 16분 41초

<2022.11.13. 주보 그림>

산 미니아토 알 몬테 성당에서 바라본 피렌체 시내

가끔 마음이 지칠 때면 2015년 아내와 함께 열흘 간 머물렀던 피렌체를 떠올린다. 도시 자체가 문화유산인 피렌체는 정말 명소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내 맘 속에 가장 깊이 가라앉아 있는 곳은 미켈란젤로 언덕 뒤에 숨어 있는 ‘산 미니아토 알 몬테’다. 천 년 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이 성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덮쳐오는 서늘함과 어두움은 찬란한 고딕양식 건물과는 사뭇 달랐다.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지는 아치, 나무로 만든 평면 천장 그리고 벽에 남은 흐릿한 대형 프레스코화도 그랬다. 그리고 우리를 더 깊은 생각으로 이끄는 것은 성당 앞마당에 펼쳐진 공동묘지였다. 어린아이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죽음의 거처 앞에서는 인생과 세월의 무상한 구름이 슬그머니 피어오른다. 이렇게 고요함과 서글픔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바라본 노을 지는 피렌체는 아름다움 자체였다. 그냥 멍하니 앉아 몇 시간 동안 역사와 삶과 죽음을 매만졌던 느낌을 가끔씩 다시 꺼내는 것만으로도 피렌체 여행은 아깝지 않다. 

나는 어린아이의 무덤 앞을 지나고 있었고 죽음의 공간을 수평으로 가로지른 선 너머에는 도시의 일상이 숨 쉬고 있었다. 모든 길은 이곳으로 통한다는 두오모 성당과 시 청사인 베키오 궁이 당당하게 서 있는 피렌체 중심을 아르논 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중간에 베키오 다리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우피치 미술관이 놓여 있다. 14~16세기, 새로운 세계를 탐구했던 단테‧미켈란젤로‧갈릴레오‧마키아벨리·사보나롤라 등 인류의 개척자들이 저 길에서 걷고 뛰고 소리쳤을 것이다.

피렌체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로서 건축이나 수리에 대해서까지 시 당국이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래된 건물들이 잘 보전되어 있다. 르네상스 이전에 세워진 건물들이 아직도 건재하니 보통 500년 이상 된 것들이다. 우리도 조선시대나 그 이전의 건물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아쉽다. 건물의 수명에 직접 연관 있는 것은 역시 재료다. 서양은 예로부터 돌로 지은 건물이 많았다. 지을 때는 엄청난 노동력과 위험이 따르지만 한번 지어놓으면 쉽게 소실되지 않는다. 돌로 지은 건물은 하중을 견뎌야하니 벽이 넓고 창문이 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럽 건물의 창문은 우리와 달리 대개 세로로 길쭉하다. 장구한 세월을 견뎌온 건물 앞에 서면 각각 건물이 지니고 있을 저마다의 역사에 한편 숙연해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북아 국가들은 건축 재료로서 돌보다는 나무를 선호했다. 나무‧흙‧짚들은 농경사회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산이 많고 산에는 돌이 많지만 돌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흔한 화강암은 재질이 강해서 가공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나무는 구하기도 가공하기도 쉬워서 건축 재료로서 널리 사용되었다. 단 목재는 화재‧습기‧곤충에 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나름대로 나무에 기름도 칠하고 바닥과 마루 사이에 공간을 두어 습기를 막아보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었다. 그 결과 우리는 어느 곳에나 전통이 살아있는 건물보다는 근대 콘크리트 건물 숲에서 힘들게 호흡하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모님이 그리워진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가면서 그런 것 같다. 도시도 국가도 연륜을 더할수록 선대의 역사를 그리워할 것이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는 것들은 무엇이든지 그 존재 자체로 모두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