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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16. 주보 그림>
프릿츠, 엠마오로 가는 길, 66*90cm, 1891년, 독일 드레스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나무는 갈색의 겨울을 털어내고 녹색으로 거듭나고 있다. 개울에는 물이 흐르고 주변에는 여러 가지 풀들이 자라고 있다. 우리 달맞이꽃 같은 들꽃이 피어나고, 이제 세상은 녹음이 우거질 여름을 향한 생동감으로 채워지고 있다.
언제부터 다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방 아래는 길이 나 있다. 길은 하천 구비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또 이어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일하러 산책하러 오가던 길이다. 길은 굴곡지고 좁고 포장도 되어 있지 않아서 마차도 다니기 어렵다. 작은 돌들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길은 웅장하고 시원시원하고 에너지가 솟아나기보다는 잔잔한 일상이 반복되는 삶의 현장이다.
이 특별하지 않은 길을 두 사람이 걷는다. 허연 머리에 이미 벗어진 노인의 뒷모습은 꽤 지쳐 보인다. 어느새 왜소해져 버린 우리네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 어깨는 처지고 발걸음은 무겁다. 좀 더 젊은 오른쪽 청년은 양복에 외투를 반쯤 벗었지만 꾀죄죄함까지 벗어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 역시 노인네와 마찬가지로 맥빠진 발걸음이다. 희망의 예루살렘을 등지고 다시 엠마오로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바람 빠져버린 풍선 같다. 과거 엠마오에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때는 벅찬 희망의 길이었을 텐데 지금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돌아가는 길은 무겁게 가라앉은 길이다.
거기에 부활하신 주님이 오셨다. 처음에는 누군지 모를 정도로 평범한 모습이다. 주님이 절망의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고 열심히 설명하신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전혀 낯선 인물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모으고 있다. 왼편 노인은 모자까지 벗고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여 최대한 귀를 가까이 댄다. 오른쪽 청년도 좁은 길에서 약간 앞서가면서도 몸을 왼쪽으로 기울여 청신경을 모은다. 손짓하며 성경에 기록한 메시아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말씀하시는 주님께 나도 모르게 쏠리고 있다.
모든 꿈을 포기한 절망의 길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향해 쏠리는 삶, 구원은 거기에 봄 햇살처럼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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