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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14. 주보 그림>
모세의 죽음, 미국 석판화, 1907년
이제 고지가 바로 저기다. 애굽의 왕자로서 혈기 넘치던 시절,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광야로 쫓겨나 양이나 치고 있던 시절,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노구를 이끌고 다시 파라오 앞에서 서던 시절, 그리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애굽을 탈출한 사건, 아무도 구속하지 않은 광야에서 오히려 찾아온 자유의 치명적 유혹 등 모든 성공과 실패를 맞받아내고 드디어 모세는 가나안 땅 앞에 섰다.
광야를 넘어 멀리 가나안이 보인다. 실제로 모세가 바라보았을 곳은 이렇게 푸른 초장이 우거진 옥토는 아니었다. 오히려 메마른 광야로 이어진 땅이었다. 그러나 광야를 넘어서 바라보면 거기에는 그토록 그리던 가나안이 이어져 있다. 여기가 약속의 땅이다. 아브라함-이삭-야곱이 하나님의 이 약속에 인생을 걸었다. 그리고 5백 년 이상 흘렀다. 오랫동안 성취되지 않은 약속이 비로소 코앞에 이르렀다. 모세는 이제까지처럼 이 감격의 땅에 내 발로 뚜벅뚜벅 걸어서 들어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모세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여기까지’였다.
모세는 꼿꼿하게 서서 눈을 부릅뜨고 호령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파라오 앞에서도 당당하던 모세는 이미 바람결에 실려 갔다. 이제는 연로한 모습으로 커다란 바위에 걸터앉아 지팡이를 짚고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머릿속으로 어루만지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 나이 개념과는 다르겠지만 이때 모세는 120세였다. 그의 삶 앞에 이미 죽음이 바짝 다가와 있다.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한계선상에 다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성경은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모세의 평생이 은혜였지만 죽음이 닥친 노후 또한 주님의 사랑이 깊이 배어있다. 죽음 앞의 자리에까지 모세는 우리의 지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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