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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7.30. 주보 그림>
작자 미상, 수치심(?)
드넓은 공간에 아무도 없고 딱 한 사람만 존재한다. 빛은 꼭 필요하지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차라리 이런 때는 어둑어둑한 것이 낫다. 어디 숨고 싶어도 모든 곳이 모두에게 드러나 있다. 화면이 직사각형이라 더 여지가 없다.
사무직원 같은 남자가 쏟아지는 빛 가운데 반듯하게 앉아있다. 마치 교칙을 어겨서 학생부에 끌려온 청소년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의자마저 빨갛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끔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어디 피할 곳이 없다.
커다란 손 그림자가 심판자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으면서 검지로 정확하게 이 사람의 얼굴을 가리킨다. 도저히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해 화살처럼 비난을 퍼붓는 것만 같다.
그는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인간은 먹고 입는 것만으로는 충족하지 않는 존재다. 자긍심과 명예가 결핍된 삶은 스스로 자기를 파괴하기까지 한다.
누가 이 끔찍한 수치심으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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