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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7. 주보 그림> 후안 델 플란데스, 시험받는 그리스도, 1500년경, 21x16cm,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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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4년 01월 07일 23시 06분 41초

<2024.1.7. 주보 그림>


후안 델 플란데스, 시험받는 그리스도, 1500년경, 21x16cm,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다음 예수님은 광야로 가셨다. 광야는 생명이 메마른 땅이다. 광야는 척박하고 사람이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땅이다. 주님은 세상을 구원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시작하면서 일부러 그곳으로 가셨다. 고독과 고난과 죽음의 땅 광야에 가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기에 성경은 성령에 이끌려서 가신 것이라고 표현했다. 생명이 메마른 곳 광야에서 예수님은 가장 근원적이고 심각한 시험을 받으셨다.


화가는 세 가지 시험을 하나의 화면에 담았다. 위편 오른쪽에는 마귀가 성전 위에서 뛰어내리라고 권하는 장면, 왼쪽에는 높은 산에 올라 세상을 보여주며 자신을 경배하면 그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하는 마귀의 모습을 흐릿하게 같이 넣었다. 그래서 시험의 배경을 광야로만 하지 않고, 광야와 세속 사회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설정했다. 주검을 향해 모여드는 하늘의 독수리들은 죽음의 광야를 더욱 실감 나게 하며 허공을 맴돌고 있다.


40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예수님에게 마귀가 다가온다. 마귀는 머리에 뿔이 나 있고 발에는 악마의 상징인 물갈퀴가 있지만, 경건한 수사 복을 입어서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와 손에는 묵주도 들고 있어서 날마다 기도하는 경건한 신앙인의 외형을 하고 있다. 마귀는 한 손에 커다란 돌을 들고 예수님에게 와서는 돌을 떡으로 만들면 허기와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는 아주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그래서 거절할 수 없는 시험을 던진다. 모든 생명체에게 가장 근원적인 욕망은 먹는 것이다. 음식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아무리 인격이 고매한 사람이라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먹는 것은 곧 생존이다.


40일 금식 후 주님은 인간의 근본적이고 무서운 한계에 직면하셨다. 한계와 절박함은 동시적이다. 생사의 한계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를 들고 마귀는 예수님을 시험하고 있다. 마침 예수님 주변에는 돌이 널려 있다. 큰 돌, 작은 돌, 여러 가지 돌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쉽게 떡으로 바꿀 수 있다. 시험은 가까운 데, 내 가장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 주님은 순간 얼마나 그렇게 하고 싶었을까. 배고픔과 유혹이 만나면 사람의 흔들림은 몇 배로 증가한다.


시험이 엄중한 만큼 예수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단호하게 손으로 거절하신다. 시험은 죽음처럼 강했으나 시험을 대면하는 주님은 더욱 강하셨다. 마침내 주님은 시험을 이기셨다. 그래서 메시아로 나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