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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 주보 그림>피터 브뤼겔, 농부의 결혼식, 114*164cm, 1568년, 빈 자연사박물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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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4년 01월 23일 15시 39분 09초

피터 브뤼겔, 농부의 결혼식, 114*164cm, 1568년, 빈 자연사박물관

요즘 결혼식은 재밌다. 전체적으로 예식이 날아갈 듯 가볍다. 어떤 때는 신랑·신부가 직접 노래도 하고 또 아이돌 그룹처럼 춤을 추기도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겁고 고리타분한 형식을 넘어서 재미있고 친근하고 신나는 결혼식이 대세다. 진지하고 무겁고 비장한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아 아쉽다면, 결혼식은 하나님과 가족과 친지들의 축복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들어 있는 진지한 예식인데, 너무 재미 위주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결혼할 때야 두 사람이 사랑하면 다른 모든 것은 문제 될 것이 없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 자신이 있고, 또 연애할 때처럼 좋은 관계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각각 서로 다르게 자라난 두 사람이 한 집에서 한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연애는 두 사람의 관계지만 결혼은 두 가문의 관계이기에 훨씬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결혼 생활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결혼 예식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과 돌보심을 기원하는 것이다.

형식이 달라지고 결혼식에 대한 관점과 의미도 많이 변했지만, 결혼식이 축제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결혼식은 함께 축하하고, 신랑·신부는 하객에게 감사하는 축제다.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풍성한 음식이다. 16세기 플랑드르의 대표 화가 피터 브뤼겔이 ‘농부의 결혼식’이라는 대작을 그렸다. 농촌에서 젊은 신부와 신랑이 결혼한다.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혼례를 가정 마당에서 올리고 거기서 동네 사람들이 신나고 풍요롭게 잔치를 열었다. 500년 전 플랑드르 지방의 농촌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가는 위대한 인물만 그리던 이전의 관습을 깨고 평범한 농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보통 사람의 시대-풍속화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결혼식의 주인공 신부는 녹색 휘장 앞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있다. 순박하고 착하지만 영민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은 맹하게 생겼다. 신부 오른쪽 두 노인은 부모일 것이다. 그런데 결혼식의 또 다른 주인공 신랑이 어디 있는지는 논란이다. 

당시 풍습이 신랑은 저녁이 되어서야 피로연에 참석할 수 있기에 없다고도 하고, 신랑이 손님을 접대하는 풍습이 있어서 화면 앞의 잘 차려입고 맥주를 주전자에 따르는 이가 신랑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먹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맥주를 마시고, 치즈를 먹고, 수프를 먹고, 
부모와 함께 온 동네 어린 꼬마도 열심히 먹고, 부모는 어디 갔는지 홀로 바닥에 앉은 아이는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가면서 먹고, 중년과 노년에 이르기까지 온 동네가 풍성한 음식 잔치를 경험하고 있다. 

경첩을 떼어낸 문짝 위에 그릇을 올려놓고 배달하는 장면은 시공을 뛰어넘어 낯설지 않다. 이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헛간 문을 통해 사람들이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다. 잔치에는 늘 먹을 것이 풍성해야 한다. 잔치는 풍요로워야 한다. 풍요롭지 않은 잔치는 생명이 끊어진 것과 같다.

우리 인생이 날마다 잔치 같다면 얼마나 좋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