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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25. 주보 그림> 렘브란트, 기둥에 묶인 그리스도, 34*26cm, 1646년, 쾰른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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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4년 02월 25일 10시 52분 12초

<2024.2.25. 주보 그림>


렘브란트, 기둥에 묶인 그리스도, 34*26cm, 1646년, 쾰른


렘브란트는 성경을 깊이 연구하여 신앙과 인생의 본질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의 그림은 복잡한 신학적 논의를 한 번에 간파하는 통찰이 들어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공간, 예수님이 옷이 다 벗겨진 채 버려지듯 서 있습니다. 그는 로마 군인들에게 체포되어 끌려왔고 모욕과 협박과 그리고 조롱과 폭력을 당했습니다. 군인들은 그의 옷을 다 벗겨버렸고, 예수님은 힘겨운 고난 가운데에서 앞으로 닥쳐올 더 큰 모욕과 아픔 앞에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메시아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그리스도가 오신다면 다윗 왕처럼 모든 적을 무찌르고 새로운 예루살렘을 건국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리스도라면 누구보다도 강하고 지혜롭고 강력한 왕의 모습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유대인들이 기대하던 그리스도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유대교인들이 고대하던 그리스도의 모습을 예수에게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유대교는 이 낯선 사람을 자신의 구세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늘 화가는 전혀 다른 그리스도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갈색 머리의 청년 예수는 전체적으로 몸이 튼튼해 보이지 않습니다. 몸은 말랐고, 근육은 별로 없으며 그렇게 힘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저 연약한 청년입니다.

그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이 폭력적인 상황, 이 죽음이 어른거리는 불안한 상황에서 걱정과 근심 속에 있습니다. 눈을 살짝 아래로 깔고 곰곰이 자신이 당하고 있는 아픔과 현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맨발입니다. 두 손은 뒤로 기둥에 묶여 있습니다. 도망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뭘 해보고 싶어도 할 힘이 없습니다. 온 세상에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세우며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고 기대되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는 너무나 연약합니다. 그 어디에도 위풍당당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승리하는 메시아가 아니라 십자가에 달려 죽는 메시아-기독교가 유대교와 갈라서는 가장 명확한 지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유대교는 힘으로 세상에 정의를 세우자 하고, 힘으로 만드는 평화는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와서 하나님 나라를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이 기독교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스스로 희생하는 사랑을 통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사랑의 하나님 나라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고 가르쳤고 그렇게 죽었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예수에게서 세상을 구원할 그리스도를 보았다고 고백하며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기독교인은 끊임없이 주님처럼 고독하고 연약하고 아픔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더 높은 곳, 더 강한 곳, 더 부유한 곳을 지향합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의리·양심·약속·신의도 다 버리는 세태와는 반대로 끊임없이 더 낮은 곳, 더 가난한 곳, 더 어두운 곳, 더 슬픈 곳, 더 연약한 곳으로 내려가려고 하는 사람-그가 그리스도인입니다.


창립 51주년을 맞는 오늘 주민교회의 과제는 ‘어떻게 주님처럼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을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