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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6. 주보 그림> 꽃을 따는 처녀, 1세기, 프레스코, 나폴리 국립미술관 주민교회 (jumi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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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올린 시간 : 2024년 10월 13일 21시 49분 32초

<2024.10.06. 주보 그림>

꽃을 따는 처녀, 1세기, 프레스코, 나폴리 국립미술관 

서기 79년, 폼페이 화산이 폭발했다. 짙은 화산재는 2만 명 이상의 폼페이를 뒤덮었고 미처 피하지 못한 2천여 명이 재를 뒤집어 쓴 채 숨을 거두었다. 

화산재 덕분에 폼페이는 당시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꽃을 따는 처녀'다. 젊은 여인이 맨발로 춤추듯이 풀밭 위를 걷고 있다. 왼손에는 꽃병을 안고 오른손으로 꽃을 딴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힌 몸매다. 나풀거리는 옷은 왼쪽 어깨에 걸쳐있고 오른쪽 어깨끈은 팔까지 내려와서 어깨 선이 다 드러나 있다. 어깨로부터 목덜미를 지나, 뒤로 묶은 머리를 넘어서 꽃을 바라보는 여인의 오른쪽 얼굴에 이르면 모호한 아름다움과 마주친다. 

우리는 여인 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단지 뒷모습만 볼 뿐이다. 벽화 속으로 들어가 여인 앞을 가로질러 고개를 돌려 앞 얼굴을 확실하게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 여인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뒷모습만으로 표현된 아름다움 때문이다. 잘 알지 못하는 공간이야말로 '신비적 아름다움'이 기거하는 장소다. 

근대 이전까지 자연은 인간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신비가 있었다. 근대는 신비의 영역을 인간 이성으로 거침없이 들춰냈다. 어떡하 든지 신비를 벗겨내고 파악하려 한다. 이제 인간 이성이 비추는 구석마다 신비는 사라지고, 하나님의 거처도 좁아지고 있다.

과학적 현대인은 끈질기게 하나님께 요구한다.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명확하게 당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시라, 인간 이성이 과학적으로 검증 할 수 있는 모습으로 실험대 위에 올라오시라. 그러면 우리가 신을 믿겠다고! 똑똑해진 인간이 만드는 현대는 더 행복해지고 있는 걸까? 과학기술의 풍요와 편리는 인간의 가치를 더 높이고 있는가? '이성'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우리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 이며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하나님은 역사를 통해 당신의 뒷모습을 실짝 드러내 보여 주셨다. 다 드러내 보여주지 않는 신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겸손한 이성이야말로 현 대 우리가 안고 있는 거대한 문제들과 실존적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